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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접근성, 인증마크보다 먼저 지켜야 하는 것

"홈페이지에 웹 접근성 인증마크가 없으면 과태료가 나올 수 있습니다." 리뉴얼을 앞둔 회사라면 이런 안내 전화나 메일을 한 번쯤 받아 봤을 거예요. 웹 접근성은 눈이 잘 보이지 않거나 마우스를 쓰기 어려운 사람도 홈페이지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걸 말해요. 법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2013년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이걸 지켜야 하는 대상이 맞습니다. 그런데 민간 회사에 인증마크를 받으라고 정한 조항은 없고, 과태료도 인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오는 게 아니에요.

법인 홈페이지는 2013년 4월부터 의무 대상이에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는 법인 등이 만들어 내보내는 전자정보를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라고 정하고 있어요. 그 수단의 첫 번째로 시행령 제14조가 꼽는 것이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입니다.

시행령 별표 3을 보면 공공기관과 큰 병원부터 2009년에 먼저 적용됐고, 그 밖의 법인과 의원은 2013년 4월 11일부터 대상이 됐어요.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는 법 조문이 법인과 다르게 적혀 있어서 대상인지 아닌지를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과태료는 순서가 있어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는 그 명령까지 따르지 않았을 때 붙습니다. 이와 별개로 불편을 겪은 사람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어요.

인증마크는 받을 수 있는 것이고,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인증마크의 근거는 올해 1월 22일부터 시행된 디지털포용법에 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증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고 신청도 받고 싶은 쪽이 하게 돼 있어요. 같은 법에서 웹사이트 접근성을 반드시 보장하라고 한 대상은 국가기관 등입니다.

서울시 안내에 따르면 인증은 지정된 인증기관 세 곳에서 사전심사, 전문가심사, 장애인 사용자 심사를 거쳐 받고, 유효기간은 인증일로부터 1년입니다. 공공기관 입찰이나 납품 조건에 인증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인증이 실제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민간 회사라면 홈페이지를 접근성 있게 만드는 게 의무이고, 인증은 그걸 지켰다는 걸 남이 1년마다 확인해 주는 증명서에 가까워요. 인증 없이 마크만 붙이는 건 오히려 문제가 되는데, 디지털포용법은 인증을 받지 않고 인증 표시나 비슷한 표시를 하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매기게 하고 있거든요.

웹사이트 모형이 큰 받침대에, 빈 유리 인증 배지가 작은 받침대에 놓인 그림. 법이 요구하는 건 접근성이고 인증은 그걸 확인하는 일이라는 문장

법원이 문제 삼은 건 상품 이미지의 설명 한 줄이었어요

실제로 다툼이 된 사례도 있어요. 시각장애인 900여 명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 세 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023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화면 낭독기로 읽을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판결 확정 후 6개월 안에 제공하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법률신문 보도). 차별 행위는 인정했지만 고의나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위자료 지급은 취소했고요.

여기서 대체 텍스트는 이미지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글자로 적어 둔 설명이에요. 화면 낭독기는 화면의 글자를 소리로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라 이미지 안에 박힌 글자는 읽지 못하는데, 상세 정보를 통이미지 한 장으로 올리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 페이지가 비어 있는 것과 같아집니다. 회사 홈페이지라면 오시는 길을 지도 이미지로만 올렸거나, 가격표나 운영 시간표를 이미지로 만들어 붙인 곳이 그렇게 돼요.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는 국가표준인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2에 33개 검사 항목으로 정리돼 있어요. 2022년 12월에 개정된 판이고 인증 심사도 이 지침을 기초로 해서, 제작을 맡길 때 견적서에 이 지침을 기준으로 만든다고 적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담당자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확인 네 가지

아래 네 가지는 33개 항목 가운데 컴퓨터와 휴대폰만 있으면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괄호 안은 지침의 항목 이름입니다.

키보드 키, 스마트폰, 돋보기가 놓인 그림. 키보드와 휴대폰만으로 네 가지를 볼 수 있다는 문장
  • 마우스를 내려놓고 키보드만으로 사이트를 쓸 수 있는지 — Tab 키로 메뉴와 입력 칸을 차례로 옮겨 다니고, Enter 키(체크 칸은 스페이스바)로 메뉴를 열거나 문의 양식을 보낼 수 있으면 돼요. 옮겨 다니는 동안 지금 어디에 있는지 테두리 같은 표시가 보이는지도 같이 봐요 (키보드 사용 보장 · 초점 이동과 표시)

  • 이미지에 글자로 된 설명이 있는지 — 휴대폰의 화면 읽기 기능(아이폰 VoiceOver, 안드로이드 TalkBack)을 켜고 이미지를 눌러 보면, 설명이 없는 이미지는 '이미지'라고만 하거나 파일 이름을 읽어요 (적절한 대체 텍스트 제공)

  • 흰 바탕 위 연한 회색 글씨처럼 눈을 찡그려야 읽히는 곳이 없는지 — 지침은 글자와 배경의 밝기 차이를 4.5 대 1 이상(큰 제목처럼 18포인트 이상이거나 굵은 14포인트 이상인 글자는 3 대 1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숫자 측정은 제작사에 맡기고 담당자는 읽기 힘든 곳을 표시해 두면 충분해요 (텍스트 콘텐츠의 명도 대비)

  • 문의 양식의 입력 칸마다 '이름', '연락처' 같은 이름표가 칸 밖에 붙어 있는지 — 칸 안의 흐린 안내 글자는 입력을 시작하면 사라져서 이름표 구실을 못 해요 (레이블 제공)

걸린 항목이 있으면 화면을 캡처해 제작사에 보내고, 어느 페이지를 고쳐야 하는지와 비용·일정을 물어보면 돼요. 이미지 설명처럼 관리자 화면에서 바로 넣을 수 있는 건 금방 끝나지만, 키보드로 메뉴가 안 열리는 문제는 화면 코드를 고쳐야 해서 리뉴얼 일정에 묶는 편이 나을 수도 있거든요.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면 견적 단계에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2를 기준으로 만드는지, 오픈 뒤 담당자가 이미지를 올릴 때 설명을 적는 칸이 관리자 화면에 있는지까지 같이 물어 두는 게 좋아요. 공지와 배너는 오픈 뒤에도 계속 올라가니까요.

점검 결과를 고치는 작업이나 접근성을 기준으로 한 리뉴얼을 맡길 곳을 찾는다면 웨이비웍스에 문의하실 수 있어요. 지금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 주시면 어느 부분부터 손보면 되는지 같이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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