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가 회사를 떠난 뒤로 아무도 들어가 보지 않은 홈페이지가 하나쯤 있는 회사가 많습니다. 회사 소개는 몇 년 전 그대로고 호스팅비는 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데, 관리자 비밀번호는 누가 아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예요. 닫자니 아깝고 두자니 찜찜한 이 사이트를 두고 유지와 폐쇄를 가르는 기준과 각 경우에 해 둘 일을 정리했는데, 어느 쪽을 골라도 됩니다. 둘 다 안 고르고 지금처럼 켜 둔 채 잊고 지내는 동안 문제가 쌓이거든요. 근거로 삼은 규정과 문서는 본문에 링크로 달았어요.
켜 둔 채 잊힌 사이트는 두 군데서 문제가 생겨요
하나는 사이트 안쪽이에요. 홈페이지는 워드프레스 같은 제작 도구와 거기에 끼워 쓰는 기능들, 그리고 관리자 로그인 화면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보안 문제가 발견될 때마다 고친 버전이 나옵니다. 아무도 안 들어가는 사이트는 그 업데이트가 몇 년째 멈춰 있는 셈이라 이미 알려진 구멍이 그대로 열려 있게 되고요. 구글이 운영하는 web.dev도 사이트가 뚫리는 대표적인 경로로 보안 업데이트 누락과 오래된 기능 프로그램을 꼽아요.
뚫린 사이트가 어떻게 되는지는 구글 스팸 정책에 적혀 있는데, 회사 이름이 붙은 주소 아래에 남이 만든 페이지가 생기고 방문자를 엉뚱한 곳으로 보내거나 기기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으려 들기도 해요. 방치된 사이트가 특히 곤란한 건 이걸 발견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서, 회사 이름을 검색했더니 낯선 페이지가 같이 나온다고 거래처가 알려 줄 때까지 몇 달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도메인이에요. 도메인은 해마다 갱신해야 하다 보니 결제 카드가 바뀌거나 갱신 안내가 퇴사한 담당자의 메일로만 가고 있으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만료돼요. ICANN 규정을 보면 등록대행사는 만료 약 한 달 전과 일주일 전에 안내를 보내야 하고, 삭제된 뒤에도 30일 동안은 수수료를 내고 되찾을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이름이 됩니다. .kr 도메인은 KRNIC 관리준칙 제11조에 따라 사용 종료일부터 30일 안에 등록료가 안 들어오면 말소돼요. 말소 전 30일은 사용이 정지된 채로 지나가니까, 어느 날 홈페이지가 안 열린다면 이 기간일 수 있습니다.
만료된 이름을 기다렸다가 등록하는 시장이 실제로 있습니다. DNS 보안 회사 Infoblox가 2026년 8월에 낸 보고서를 보면 2026년 상반기에 .com 같은 일반 도메인에서만 하루 5만 개가 넘는 만료 도메인이 다시 등록됐고, 이게 신규 등록의 약 20%였어요. 보고서는 이름에 딸려 오는 것으로 원래 주인에게 오던 이메일과 검색엔진에 남은 결과, 지금도 들어오는 방문자를 들었습니다. 명함과 간판에 적힌 우리 주소가 어느 날부터 도박 사이트를 열게 되는 거고, 회사 메일까지 그 도메인을 쓰고 있었다면 거래처가 보낸 메일도 그쪽으로 가요.

유지와 폐쇄를 가르는 질문은 세 개예요
첫째는 이 주소로 아직 사람이 오는지입니다. 호스팅 관리 화면의 방문자 통계나 구글 서치콘솔, 네이버 서치어드바이저에서 볼 수 있는데, 한 달에 몇 명이라도 회사 이름을 검색해서 들어온다면 그 주소는 아직 회사를 찾는 통로예요. 이 경우 폐쇄하더라도 그 주소로 온 사람이 새 연락처를 볼 수 있게 해 둬야 합니다.
둘째는 개인정보가 남아 있는지입니다. 문의 폼이나 회원 가입, 예약을 받던 사이트라면 이름과 연락처가 서버에 쌓여 있을 텐데, 이건 유지든 폐쇄든 먼저 처리할 일이라 뒤에서 따로 적었어요.
셋째는 이 사이트를 대신할 곳이 있는지인데, 새 홈페이지가 이미 있거나 네이버 플레이스와 SNS 계정으로 손님이 들어오고 있다면 옛 사이트는 폐쇄 쪽으로 기울고, 대신할 곳이 없는데 아직 방문자가 있다면 유지 쪽입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도메인은 회사가 계속 갖고, 관리자 로그인 화면은 인터넷에서 없애는 게 먼저예요.
유지하기로 했다면 손댈 일이 없는 상태로 줄여요
유지한다고 해서 지금 그대로 두는 건 아니고, 아무도 안 들어가도 문제가 덜 생기게 정리해 두는 작업이 한 번 들어갑니다. 비용은 이 작업 한 번과 도메인·소규모 호스팅 요금이라 제작사에 견적을 받아 보면 돼요.
먼저 내용을 회사 소개와 연락처, 영업시간처럼 몇 년이 지나도 크게 안 바뀌는 것만 남기고 한두 장으로 줄이는데, 옛 주소나 이미 나간 직원, 끝난 서비스가 남아 있으면 틀린 정보를 주는 사이트가 되니까 그건 이 단계에서 지워요. 그리고 관리자 로그인 화면과 문의 폼, 게시판이 없는 정적 페이지로 다시 만들어 둡니다. 로그인할 곳이 없고 사용자가 입력하는 칸이 없으면 홈페이지 쪽에서 뚫릴 자리가 거의 사라지고, 업데이트할 부품도 없어지거든요. 서버 자체를 지키는 일은 남지만 그건 호스팅사가 하는 일이에요. 문의는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로 대신하면 되고, 개인정보를 받지 않으니 파기할 것도 안 생깁니다. 전화번호가 바뀌는 정도의 수정은 그때 제작사에 맡기면 되고요.
도메인과 인증서는 자동 갱신으로 두되, 갱신 안내와 결제 알림이 회사가 계속 열어 보는 공용 주소로 가도록 바꿔 둡니다. 안내 메일이 누구에게 가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도메인·호스팅·SSL 차이의 마지막 절에 적어 뒀어요. 그 뒤로는 일 년에 한 번 만료일과 화면을 열어 보는 정도로 관리가 줄어요.
이 사이트로 계속 손님을 받아야 해서 정적 페이지로 줄일 수 없다면, 그건 그냥 두는 사이트가 아니라 손봐 가며 운영하는 사이트라서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지는 오래된 홈페이지, 리뉴얼 안 하고 계속 써도 될까요의 다섯 가지 기준으로 보면 됩니다.

폐쇄하기로 했다면 순서가 있어요
호스팅을 해지하는 것으로 끝내면 도메인 문제가 그대로 남고 개인정보도 어딘가에 남으니까, 순서는 이렇게 잡는 편이 안전해요. 아래 작업은 대부분 제작사나 호스팅사에 맡길 일이라, 무엇을 해 달라고 할지만 알면 됩니다.
- 개인정보부터 파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1조는 개인정보가 불필요해지면 지체 없이, 복구나 재생이 안 되는 방법으로 파기하도록 정하고 있고, 어기면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입니다. 문의와 회원, 예약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제작사나 호스팅사에 확인해서 서버는 물론 백업본과 제작사가 보관 중인 사본까지 지우고, 다른 법령 때문에 보존해야 하는 기록이 있으면 그것만 따로 떼어 보관합니다. 호스팅 해지가 파기를 대신해 주지는 않아요.
- 검색엔진에 없어졌다고 알리기 — 새 사이트가 있으면 옛 페이지 각각을 새 사이트의 해당 페이지로 301 리다이렉트합니다. 구글은 사이트 이전 문서에서 이 리다이렉트를 가능한 한 오래, 최소 1년은 유지하라고 해요. 그동안 옛 주소를 가리키던 링크와 검색 결과가 새 주소로 옮겨 가거든요. 대신할 사이트가 없으면 서버가 그 주소에 404나 410으로 답하게 두면 되고, 구글은 4xx 응답을 받은 주소를 색인에서 지웁니다. 서치콘솔의 삭제 도구는 약 6개월짜리 임시 조치라 이걸로 끝내면 다시 나타나고요. 네이버는 서치어드바이저에서 수집 제외를 요청할 수 있고요.
- 호스팅은 해지하고 도메인은 남기기 — 리다이렉트를 유지하는 동안은 호스팅도 필요하니 그 뒤에 해지합니다. 도메인은 자동 갱신 상태로 몇 년 더 가져갑니다. 놓는 순간 앞에서 본 것처럼 누구나 등록할 수 있는 이름이 되거든요. 등록대행사와 계정, 만료일, 갱신 안내가 가는 메일 주소는 한 문서로 남겨 둡니다. 몇 년 뒤 아무도 사정을 모를 때 도메인이 왜 결제되는지 몰라서 해지해 버리는 일을 이 문서가 막아 주거든요.
유지든 폐쇄든 시작은 같습니다. 제작사나 호스팅사에 이렇게 물어보면 돼요. "우리 도메인을 등록한 업체와 만료일, 갱신 안내가 가는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시고, 문의나 회원 데이터가 서버에 남아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이 답이 오면 앞의 질문 둘에 답이 나와요.
정리 작업이나 폐쇄 절차를 맡길 제작사가 없다면 웨이비웍스에 문의하실 수 있어요. 도메인과 개인정보, 검색엔진 처리까지 순서대로 진행해 드립니다.



